Gamification의 과거, 현재, 미래 게임 이야기

지난 7월 26일 한국 게이미피케이션 연구 모임 오픈 세미나(http://gamification.kr/entry/0726-gamification-open-seminar)에서 'Gamification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내용으로 발표했습니다. 원래는 발표까지 할 생각은 없었고, 게이미피케이션이 생소하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내용을 정리해보려고 했는데, 준비하다 보니 재미있어서 내용이 쭉쭉 길어지면서 제법 긴 발표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에 비해 영양가가 높은 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네요.

당시 발표가 부족한 부분이 많아 조금 더 보완해보고 싶었는데, 묵혔다가는 끝없이 묵힐 것 같아 말만 조금 다듬어 올려봅니다. 끝 부분은 실제 발표와 좀 다르기도 하네요. 버벅대는 제 모습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http://vimeo.com/27397209 에 동영상도 있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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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ificaiton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다소 거창한 제목으로 발표를 합니다. 블루클라우드의 강임성입니다. 자리에 오신 분들 중에 저보다 더 많이 고민하시고, 연구하신 분들도 많겠지만, 생소하신 분들이 있을지도 몰라서, 전체 오픈 세미나의 도입같은 느낌으로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내용을 준비했습니다. 

개인 소개가 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용 게임이나 앱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흔히 얘기하는 기획자이고요. 기획 경력이 아직 길지는 않아요. 다른 일을 하다가 이런 저런 앱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금 회사에 면접을 볼 때, 당시 회사는 모바일 게임 회사였기 때문에 '게임에는 관심이 없냐?'라는 질문을 받았는데요. 그때 사실 '앱이나 게임이나 그 두 개가 많이 다른가?'하는 생각도 했었고요. 

어떻게 보면 지금 일을 시작하기 전에도 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게임은 앱처럼 가면 어떨까. 게임을 하다 보면 게임 하는 사람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식으로.. 반대로 앱은 게임처럼 만들면 어떨까. 삶에 도움이 되는 거라고 꼭 딱딱하고 지루한 게 아니라, 말 그대로 그게 재미있어서 더 열심히 하게 하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좀 했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에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단어를 접하게 됐어요. 모임의 다른 분들에 비하면 좀 늦어요. 올해 2월 G Summit 관련 기사들을 보면서 접하게 됐고, 그래서 저렇게 트위터에 글도 남겨봤고요. 시리어스 게임이란 얘기를 좀 듣긴 했는데, 이건 대체 뭘까 하는 궁금증이 좀 들었고요. 그래서 이런 저런 걸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영향을 받고 있는 두 책인데, 라프 코스터의 재미 이론, 제인 맥고니걸의 Reality is broken 뭐 이런 책도 보고요. 올해 GDC에 가서도 시리어스 게임 토크 쪽에서 게이미피케이션 관련해서 사람들이 논쟁을 벌이는 것도 들어보고 '아, 그렇구나.' 하고 그랬습니다.

먼저 게이미피케이션의 정의부터 살펴보면요. 위키피디아의 정의를 옮겨 보면 이와 같습니다. 뭉뜽그려서 '게임 플레이 기법'이라고 옮기긴 했지만, 실제로는 게임 플레이 메커닉스, 게임 플레이 다이내믹스 등을 구분해서 쓰기도 하고, 각각의 정의들도 있는데요. 제 생각에는 그냥 게임의 핵심 요소, 핵심 기법 정도라고 부르면 충분하지 않나 싶습니다.

대표적인 예 중에 하나가 나이키 플러스인데요. 나이키 플러스는 전통적인 비디오 게임은 아니죠. 신발에 장치를 부착해서 얼마나 달렸는지 기록해주는데, 이를 통계내주고, 목표를 설정하게 하고, 목표를 달성하면 축하해주기도 하고, 친구들과 팀을 이뤄 경쟁하기도 하는 등 게임 요소들을 많이 차용하고 있습니다. 게임이 아니고,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 게임 요소를 차용하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죠.

포스퀘어는 현재 게이피미케이션의 가장 전형적인 예라고도 볼 수 있겠는데요. 일단 게임이 아니죠. 특정 개인이 특정 위치에 있음을 알려주는 그런 앱일 뿐인데, 여기에 게임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죠. 예를 들어 가장 왼쪽에서부터 보면 개인 프로필이 있고, 개인 점수가 있고, 목표를 달성하면 받는 뱃지가 있고, 그 다음 점수를 기준으로 순위표가 있죠. 게이미피케이션에서 가장 많이 얘기하는 포인트, 뱃지, 리더보드(순위표)가 모두 적용된 그런 예라고 볼 수 있겠죠. 

이런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해 올해 초부터 굉장히 얘기가 많이 되고 있어요. 

가트너가 가장 대표적일 텐데, 올해 4월에 '2015년이면 혁신 과정을 관리하는 조직의 50%는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 그런 일을 하게 될 것이다.'라는 대담한 전망을 내놨죠. 무슨 단어인지도 모르겠는데 고작 몇 년 뒤에 50%는 그걸 하고 있을 거라니 굉장히 좀 뜨악한 뉴스였죠.

그에 반해 전통적인 게임 개발 쪽에서는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강한 반감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얼마 전 팝캡 CEO는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해 얘기한 이런 굉장히 신랄한 비판이 그 예이겠죠. 

이렇게 뭔가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고, 찬반 양쪽의 말도 상당히 세게 나오는데, 도대체 이 게이미피케이션이 뭔가...하는 건 여전히 감이 안 잡히죠. 이런 건 대체 어디에서 튀어나온 건가 싶고 말이죠.

'이런 건 대체 어디에서 튀어나온 거야?'라는 질문은 세상에 한두 번 있던 게 아니었을 텐데요.

예를 들어, 이 오리너구리도 그런 질문을 받았어요. 호주에서만 살던 오리너구리를 18세기 후반 탐험가들이 발견해서 유럽 쪽의 박물관에 가죽을 보내오자, 박물학자들은 고민에 빠졌다고 해요. '이건 대체 무슨 생물일까.' 부리를 보면 분명 오리인데, 몸 전체 형태나 꼬리 같은 걸 보면 영락없는 비버였단 말이죠. 심지어 누군가가 모조품으로 나를 시험하려는 건 아닐까 하고 부리를 떼어보려고도 했다고 해요. 

생태를 알게 되니 더 황당한 일이 많았던 거죠. 뒷발톱에서는 독이 나오는데, 이런 건 주로 파충류에서 보이는 특징이거든요. 그런데, 부리도 그렇고 알을 낳아서 번식하는 건 꼭 조류 같았단 말이죠. 그런데, 또 태어난 새끼에게 젖을 물리는 걸 보면 포유류 같고... 이 녀석은 대체 뭘까, 어떻게 진화해온 것일까 하는 고민이 많았다고 해요.

여러 연구가 있었지만, 얼마 전인 2008년에 오리너구리의 진화에 대해서 좋은 연구가 있었다고 합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서 오리너구리가 파충류나 조류, 그리고 그외의 포유류와 어떤 관계이고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알 수 있게 된 것이죠. 정체를 잘 모르는 생명체라도 그 유전자를 보고 기원을 찾다 보면 제대로 알 수 있는 거죠.

마찬가지로 게이미피케이션도 과거를 찾고,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뭔가 제대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유전자'라는 비유를 끌고 와봤는데요. 게이미피케이션을 이루는 그 구성 요소들을 각각의 유전자라고 보고, 그 유전자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살펴 보면, 그 정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첫번째, 가장 강력한 유전자는 아마도 '시리어스 게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리어스 게임은 '단순한 재미가 아닌 다른 목표를 주목적으로 제작한 게임'이라고 정의할 수 있고요. 처음 이 말이 나온 건 1960년대에 보드 게임이나 카드 게임 등을 대상으로 나왔던 것이고, 그 이후 비디오 게임이 생겨나면서 이런 저런 시도들이 있다가, 지난 2002년인가부터 시리어스 게임 운동, 그러니까 게임의 강력한 기능을 바탕으로 뭔가 사회에 공헌을 하고, 또는 사람들이 재미 없어 하는 것을 재미있게 하게 만들어보자 하는 여러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광고, 에듀테인먼트, 게임 기반 학습, 뉴스, 시뮬레이션, 보건, 예술, 직업 훈련, 군사 등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여러 노력이 있었고요. 이런 시리어스 게임의 다양한 노력들이 게이미피케이션의 기반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물론 기존에 시리어스 게임이 있는데, 게이미피케이션은 또 뭐냐. 둘의 차이점은 뭐냐. 이런 얘기들이 있을 수 있겠는데, 이건 뒤에 좀 더 얘기해보기로 하고요.

두번째 유전자는 바로 웹서비스, 또는 웹앱들입니다. 

이런 그림이 웹서비스 쪽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모델이라고 하더라고요. 웹사이트에 방문하는 사람에 비교할 때, 회원 가입하려는 비율, 로그인 하는 비율, 실제 활동하는 사람, 그리고 유료 결제해서 웹사이트에 수익을 주는 사람의 비율. 이런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수익을 위해서는, 웹사이트를 방문한 사람이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쪽에서 바라는 대로 행동, 그러니까 회원 가입하고, 로그인하고, 계속 활동하고, 충성도를 보이고, 결제를 하는 그런 행동들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이를 위해서 '사용자가 자신이 바라는 특정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졌죠. UI나 UX의 중요성이 대두된 것도 이때문일 테고요. 

사용자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많은 사례들이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블로그에 글을 많이 올려줬으면 하니까, 이를 위해서 '너 잘했어.'라고 뱃지를 주기도 하고요. 지식인 답변 많이 해주면 좋으니까, 이걸 점수와 레벨, 순위권으로 만들어서 자극시키기도 하고요. 그냥 글 쓰면 재미없으니까, 연초에 목표를 세우게 하고, 이걸 달성하면 축하하기도 했었죠. 

어떻게 보면 뱃지, 포인트, 리더보드 등 현재 게이미피케이션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방법론들이 이미 웹서비스나 웹앱에서는 친숙했던 셈이죠.

세번째 유전자는 소셜 게임, 그 중에서도 소셜 게임의 바이럴 마케팅 부분과 유저들의 피드백에 빠르게 대응하는 개발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페이스북 등 실제 인맥 사이트에서 돌아가는 이 소셜 게임들은, 익숙한 분들은 잘 알고 계시겠지만, 게임을 실행할 때마다, 또는 그냥 자기 뉴스피드 쪽에서 이렇게 수시로 자기 주변의 친구들을 끌고 오게 만들고 있어요. 게임 자체도 자기 친구들을 많이 끌고 올수록 게임 내에서 유리하게 구성해놓기도 하고 말이죠. 

실제 게임에 들어가서, 오른쪽의 광고들을 누르면 해당 게임들로 이동이 되고요. 게임 창의 위와 아래에는 해당 게임사가 서비스 중인 다른 게임들, 또는 툴바 설치 링크 등이 제공되어서, 어떻게든 한 게임의 유저를 자사의 다른 게임으로 유입시키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소셜 게임은 그 개발 방식도 꽤 흥미로운데요. 기존의 게임들과는 달리, 상당히 짧은 시간 동안 개발해서 서비스를 시작하고, 그때 그때 통계를 통한 유저들의 피드백에 따라, 원래 게임을 수정하기도 하고, 신규 기능을 넣기도 하죠. 게임 창 위쪽으로 공지 창(상아색 박스)도 보이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게임을 수정하고 업데이트할 정도로 유저들의 피드백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끊임없이 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이런 바이럴한 부분하고, 개발에 있어서 작고 빠르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부분을 최근 게이미피케이션에서도 적극적으로 차용하려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

네번째 유전자는 크라우드 소싱입니다.

위키피디아가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죠.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을 여러 명이 모여서 공동으로 뭔가를 저작하거나, 뭔가를 달성해내는 것이죠. 제인 맥고니걸 같은 경우는 위키피디아 자체도 MMORPG의 속성을 띠고 있다라는 얘기도 하고요. 크라우드 소싱의 좀 재미있는 예를 하나 찾아봤는데요. 

2009년 6월, 영국 국회의원들의 경비 유용 사건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국회의원들이 이런 저런 경비를 청구해왔는데, 어쩌다 발견한 걸 보니 집도 없는데 집 대출 자금 관련 청구가 있다거나 보험 관련해서 뭔가 앞뒤가 안 맞는다거나, 심지어 240만원 짜리 오리집을 청구한 경우도 있었던 거죠. 

영국 국민들은 당연히 '아니, 우리 세금을 이런 데다 쓰다니.'하면서 분개했고,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모든 국회의원의 4년치 지출 결의서를 공개했는데요. 그 양이 엄청나기 때문에, 사실 진상규명이 목적이라기보단 어느 정도 정보 공개 시늉만 내는 속내가 아니었나 의심스러웠죠.

이 엄청난 양의 문서를 접한 가디언은 문서를 전부 디지털화한 다음에, 일종의 게임처럼 만들어 크라우드 소싱시켜 버립니다. '여러분 지역 국회의원의 경비를 조사하세요.'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각자가 자기 지역 국회의원의 경비를 조사할 수 있게 만든 거죠.

사이트의 첫 화면을 보면 이처럼 프로그레스 바를 통해서 진행 정도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게이미피케이션 앱들의 프로그레스 바와도 통하는 면이 있죠.

위 화면에서 '검토 시작하기'를 누르면 나오는 화면인데요. 실제로 이렇게 경비 청구서를 스캔한 문서를 띄워 놓고, 이 문서가 어떤 문서인지 유저가 검토하게 한 겁니다. 볼만한 가치가 있는지, 수상쩍은 부분은 없는지, 문서의 성격과 흥미도를 사람들이 직접 분류하게 했고, '이건 정말 이상하니 자세히 살펴봐주세요'라고 표시할 수 있도록 한 거죠.

이 덕분에 2만 여명이 참여해서 단 사흘 만에 17만 건의 문서에 대해 기본 분류 작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유용한 경비 내역에 대해 조사가 한층 더 거세졌고요. 결과적으로 국회의원들이 상당한 비용을 부당 청구하고 있었음이 밝혀졌고, 적지 않은 수가 사임하고, 해당 비용을 환수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기본적인 참여 동기가 '분노'이겠지만, 그 과정 자체는 '어떤 거대한 작업의 일부가 되어, 각자 맡은 일을 수행한다'라는 크라우드 소싱이었고, 해당 프로젝트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단순한 게임 형태로 이를 구성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 유전자는 모바일입니다.

굳이 더 말씀드릴 필요도 없을 정도로 게이미피케이션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인데요. 예전에 컴퓨터가 한 곳에 고정되어 있을 때에는 '현실을 게임화한다'라는 게 기술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을 비롯해서 스마트폰, 즉 고성능의 컴퓨터가 늘 사람 주변에 붙어있게 되면서, '게임을 어디서나 즐기는 것'이, 또는 '현실을 게임처럼 즐기는 것'이 가능해지게 된 것이죠. 저 같은 경우도 밤에 눈을 감기 직전까지 액정을 보고,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액정을 보기 시작하는데, 이렇게 온전히 24시간 개인의 생활에 기기가 붙어있게 되면서 '현실을 게임으로 만드는' 게이미피케이션이 가능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유전자는 '위치/카메라'입니다.

모바일 기기와 함께 게이미피케이션을 가능케 하고 있는 기술인데요. 모바일 기기에 위치 정보와 카메라가 붙게 되면서, 현실을 액정 화면 안으로 가져오는 것, 또는 현실을 가상의 시스템 속으로 밀어넣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그 결과로 증강 현실이나, 세스 프리뱃취가 말하는 것처럼 현실 위에 게임 레이어를 얹는 것이 가능해졌죠.

앞서 예로 든 포스퀘어를 비롯해서, 이처럼 사용자의 위치 정보나 사용자가 바라보는 시각 정보를 게임의 입출력으로 활용하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게이미피케이션의 과거, 게이미피케이션의 유전자, 즉 구성 요소들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다음으로는 게이미피케이션의 현재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건강, 보건, 재정,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생산성, 쇼핑, 에너지 절약 등 게이미피케이션은 온갖 다양한 영역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습니다. 모두 설명 드리기에는 제가 부족할 것 같아, 대표적인 예들을 적었으니 좀 더 살펴보시면 될 것 같고요.

이런 게이미피케이션을 둘러싸고, 초반에 말씀드린 것처럼 여러 사람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습니다. 뭔가 서로 논쟁을 벌이려면, 각자에게 대립되는 입장이 있다는 얘기인데요. 다음과 같이 다소 거칠게 정리해봤습니다.

우선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 이득을 보는 게 어느 쪽이냐에 따라 입장을 나눌 수 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재미없어서 잘 안 할 무언가를 게임처럼 만들어서 하게 만들었을 때 이득을 보는 것은 회사일 수도 있고 플레이어일 수도 있습니다. 회사라면 로열티 프로그램 같은 것이 그 예일 수 있겠고, 플레이어라면 게임의 순기능에 주목했던 시리어스 게임과 명맥을 같이 할 수 있겠죠.

한편, 게임의 '형태'에 대해서도 기존의 '비디오 게임'이라는 다소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려는 입장이 있을 수 있고, 게임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입장이 있을 수도 있겠죠. 예를 들어 포스퀘어라면 전통적인 게임 개발자 쪽에서 보자면 '그게 무슨 게임이야?'라고 할 수도 있을 테죠. 포스퀘어는 그래도 점수, 뱃지, 순위권 등의 게임 기법들이 겉으로 보이지만, 그게 없는 게이미피케이션 사례들도 얼마든지 생겨날 수도 있을 테고요.

게이미피케이션 관련해서 여러 사람들이 격렬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는데, 그 분들을 이런 입장들로 나눠서 한 평면에 나타내봤습니다.

좀 많이 거칠게 나눈 편이고, 잘못된 부분도 많을 텐데요. 그냥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조금 과장해서 도식화했다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 명씩 소개를 하자면...

Gabe Zichermann은 G Summit을 주도적으로 준비하고 게이미피케이션을 굉장히 활발하게 끌어올리고 있는데요. 게임 업계의 베테랑이라고 하지만, 다소 마케팅 쪽 감각이 강한 입장입니다. 2008년엔가는 'Funware'라는 말을 만들어서, 지루하고 재미없는 웹사이트에 게임 요소를 가미하면 참여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라는 얘기를 해왔는데, 이후 게이미피케이션 용어가 유행하면서 본격적으로 같이 움직이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전통적인 게임에는 덜 얽매이는 편이고, 로열티 프로그램 등 회사의 수익을 증가하는 방향으로의 게이미피케이션을 많이 생각하고 있죠.

Amy Jo Kim은 Gabe와 함께 G Summit을 준비하고, 이후 게이미피케이션의 방법론에 대해서도 활발히 정리하고 있는데요. 행동 신경학 박사로서, 온라인 커뮤니티 형성에 대해 쓴 책이 거의 교과서 수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해요. 그런 백그라운드가 있어서, 소셜 게임 디자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경력이 있고, EA 등 다소 전통적인 게임 회사와도 일한 바 있죠. 하지만 '득을 보는 것이 회사냐, 플레이어냐.'라고 하면 역시 회사 쪽에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Ian Bogost는 게임 디자이너이자 연구자, 비평가인데요. 게임의 순기능이나 게임의 사회적 활용에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시리어스 게임 쪽에서 뉴스 게임을 개발하는 등 굉장히 많은 일들을 해왔습니다. 소셜 게임의 바이럴한 부분에 있어서 '사람들을 소떼 몰듯이 몰고 가서는 돈을 쥐어짠다'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었고요. 좌표에서는 좀 더 대비를 주고자 전통적인 게임 개발자 쪽에 놓긴 했지만, 아이폰 게임들을 비롯해서 게임의 형태나 기능에 있어서 다양한 면을 보여왔고, '전통적인 시리어스 게임' 개발자라고 보는 쪽이 좋을 것 같습니다.

Jane Mcgonigal은 '게임으로 세상을 구한다'라는 TED 영상으로 널리 알려졌죠. 행위 연구학 박사로서, 대체 현실 게임(Alternate Reality Game)을 만들어왔어요. 사실 제인이 만든 것들은 전통적인 비디오 게임 입장에서 보면 '저게 게임이야?' 싶은 게 많고 우리 말로 옮기자면 '놀이'에 가까운 것들이 오히려 많은 편일 정도로 게임의 형태에 있어서는 대단히 외연을 확장하는 쪽에 위치합니다. 득을 보는 것이 회사냐 플레이어냐라고 하면, 거의 절대적으로 플레이어 쪽을 얘기하고 있고요. 게임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이용해서 플레이어가 현실에서도 그 강력한 힘을 얻고, 이를 토대로 현실을 좀 더 잘 헤쳐나가고, 이런 노력들이 모여 사회를 바꿀 수 있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죠. (이 블로그에서 여러 번 밝혔지만, 저는 맥고니걸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습니다.)

자, 그럼 이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냐... 하면. 하나씩 정리하면 답도 안 나올 것 같아서, 일종의 가상 대화를 만들어 봤습니다. 아래 말 중에는 콕 집어서 그 표현으로 말한 적이 없는 얘기도 있을 지 모르겠는데, 일단 대략적인 방향이나 어감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네. 재미있게 풀려고 좀 단순화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는 현재 논의를 정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이 처음 나오던 때만 해도, 게임의 외적 방법론에 대해서만 얘기가 주로 있었고, '점수, 뱃지, 리더보드 붙이면 땡'이라는 식의 기계적인 접근도 있었고, 그에 따라 기존 게임 개발자들의 반발도 많았습니다만... 최근에는 이런 논의를 확장하기 위해 인지 심리학, 특히 긍정 심리학 쪽의 얘기를 가져오면서 외적 보상과 내적 동기에 대한 얘기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더라고요.

이런 게이미피케이션을 둘러싸고 사람들의 말도 격렬합니다. 제가 접한 여러 말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데요.

정말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는 것들을 볼 수 있죠.

네, 그럼 마지막으로 게이미피케이션의 '미래'에 대해서 얘기할 차례인데요. 사실 제가 미래를 제대로 예측한다는 건 어불성설인 것 같고, 그냥 제가 생각하는 방향에 대해서 말씀드릴까 합니다.

앞에서 정리한 게이미피케이션의 유전자들인데요. 모두 다 중요하겠지만, 이 가운데 앞으로 발전해나갈 부분은 소셜 게임의 바이럴함, 위치/카메라 기술의 지원, 모바일 환경, 그리고 다수의 사용자가 협업하는 크라우드 소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이 그냥 한때의 유행어가 될 것이냐, 아니면 정말 실체가 있는 무언가가 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은데요. 저는 용어 자체는 어떻게 될 지 몰라도, 그 본질은 게임의 새로운 단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음 속으로 이런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처음 비디오 게임이 나왔을 때는 사람들은 코어 게이머와 논 게이머로 나뉘게 되었죠. 이후 캐주얼 게임들이 유행하면서 캐주얼 게이머가 생겨나서 게임의 경계가 확장되었고, 몇 년 전부터 생겨난 소셜 게임은 그 경계를 한층 더 바깥으로 밀어냈습니다. 소셜 게임을 하고 있으면서도 '나는 게임을 해본 적이 없다. 난 게임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너무 순진한 생각일 지 모르겠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게임의 경계가 좀 더 확장되는 쪽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낙관하는 편입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이 그 단계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고요. 지금 보기에는 '이게 무슨 게임이야?'라고 부를 법한 무언가를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즐기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 무언가를 즐기면서 사람들이 자기 생활에 도움이 되거나, 아니면 그걸 만든 회사에 도움이 되거나, 아니면 전체적인 사회에 도움이 되거나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무언가가 어떤 것일지 고민하고 만들어 보는 게 지금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긴 발표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발표 시간 이후 자유 토론 시간에 '시리어스 게임 실패의 원인, 게이미피케이션이 시리어스 게임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까.'에 대한 좋은 얘기들이 많았는데요. http://gamification.kr/entry/0726-gamification-open-seminar 에서 해당 부분을 찾아주시면 될 것 같고요. 제가 관련해서 읽었던 좋은 글은 http://www.develop-online.net/blog/197/Show-gamification-some-love 이니, 한 번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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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lump3n 2011/08/10 07:59 # 삭제 답글

    게이미파이케이션의 유전자 중 웹앱과 크라우드소싱에 관심이 가네요. 좋은 발표였겠습니다..
  • 하라위시 2011/08/24 20:53 #

    네. 사실 발표 때는 덜 다듬어진 부분이 있어서, 얼버무린 부분도 많고 그랬네요.
  • 박혜린 2011/08/10 08:59 # 삭제 답글

    잘 봤습니다. 유익한 내용이네요. 전에 말씀해주셨던 Recycling 또는 Upcycling을 하는 과정에 참여율을 높이기 위하여 Gamification을 접목하는 방안에 대해서 열심히 고민하고 있답니다. :-) 늘 좋은 아이디어, 영감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 하라위시 2011/08/24 20:54 #

    네. 굳이 화면 안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을 재미있게 하거나, 참여율을 높이는 것에 있어서 게임의 방법론은 참고할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 Jinn 2011/08/10 09:01 # 삭제 답글

    글로 정리한 내용을 보니 머리 속에 쏙쏙 들어오네요. 감사!!!
  • 하라위시 2011/08/24 20:54 #

    좋은 자리 만들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 헛소리꾼 2011/08/15 00:36 # 삭제 답글

    Gamification에 의한 유저의 참여도 흥미롭지만, '일을 하는 것'에 적용하는 것은 어떨까요?
    예를 들어, SW 개발에서 이슈트래커를 쓰는 것도 Gamification으로 볼 수도 있지요.
    MMORPG로 비유하면 각 이슈는 퀘스트고, 프로그래머는 유저입니다.
    그런식으로 보면 은근히 이슈를 하나 하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게임처럼 느껴지더군요.
    이렇게 일을 하는 것에도 적용하면 좀 더 재미있고 적극적으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하라위시 2011/08/24 20:57 #

    네. 제가 뭉뜽그려서 '회사의 이익'이나 크라우드소싱에 넣어버리긴 했는데, 그런 부분도 분명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일의 목적과 피드백을 확실하게 해서, 일의 성취감을 좀 더 올리는 방식으로 고민하는 방향도 많고요.

    이 발표를 한 모임에도 그런 쪽으로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고요. 아마 이 글 http://gamification.kr/entry/Gamification과-Labortainment 이 도움이 되실 지도 모르겠네요.
  • 길고양이 2011/08/22 23:02 # 답글

    감사합니다 - 소중한 발표자료 잘 보고 갑니다.
  • 하라위시 2011/08/24 20:59 #

    네. 저도 길고양이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 길고양이 2011/08/25 12:52 #

    헙 아무것도 올리지 않고있어요. ㅎ 링크추가합니다 -
  • 밝은해 2011/08/29 07:22 # 삭제 답글

    저도 보고스트처럼 게임화 논의가 '게임'이란 틀을 벗어나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게임화가 게임 요소라고 차용하는 것들이 게임의 성격이라기보단 더 보편적인 분야로 볼 수 있다고 보구요. 게임화 논의가 계속 게임을 끌고간다면 활용 면에서는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겠지만, 게임에 대한 인식을 게임화 논의가 바라는 틀 안에 가두면서 성격과 다양성은 더 제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 하라위시 2011/09/04 15:28 #

    네. 비슷한 맥락이지만, 지금의 게이미피케이션 논의는 오히려 게임 개발자와는 거리를 둔 채 이뤄지는 면이 있어서 조금 아쉽습니다.
  • 레니스 2011/10/28 10:04 # 답글

    굉장히 좋은내용이네요! 감탄하고 갑니다. 종종 들를게요. 링크는 진작 납치했지만^^ 제가 평소 바라고 생각했던것들과 많이 일치하네요!+_+
  • 하라위시 2011/11/01 15:42 #

    아, 일단 정리한 것에 가까운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gggga02 2011/11/08 09:10 # 삭제 답글

    좋은 내용 참고하겟습니다!
  • 오즈라엘 2012/01/24 01:35 # 답글

    이런게 있는줄 몰랐었네요 ㅠ 좋은 행사 같아 보이네요 ㅠ 강연 인터넷으로 잘 봤습니다~
  • 하라위시 2012/01/24 23:47 #

    감사합니다. 저때 다른 분들 얘기도 참 좋았어요. 게이미피케이션이 작년 중반에 우리나라에서도 잠시 분위기가 왔었는데, 이후 좀 가라앉아서 모임도 한동안 조금 조용하네요.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용어는 계속 가라앉을 지도 모르겠지만, 현실과 게임의 경계를 옅게 만드는 방향은 계속 유효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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