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기획 일 하는 데에 도움이 된 책들 그외 이야기

* 제목이 조금 부담스럽지만, 혹 더 좋은 책들을 추천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일단 써봅니다. 

* 원래는 연말을 맞아 '올해 즐겼던 게임들'을 쓰려 했는데, 세어보니 생각보다 너무 적어, 대신 올해 읽은 책이라도 쓰려고 했어요. 이왕 쓰려고 보니, 읽는 분들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아 주제를 잡고, 그동안 트위터에 올렸던 걸 모아봤어요. 그러다 보니 올해 읽은 책으로는 좀 부족해서 지난 1-2년 사이에 읽은 책들까지 긁어 모았습니다. 

* 지금 게임 기획을 하고 있지만, 정작 게임에 관한 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실무에 바로 적용 가능한 것도 그리 많지 않을 것 같고요. 다만, 주니어로 시작하면서, 좀 막연할 때 큰 방향이나 틀을 잡는 데에 도움이 되었던 책들이고, 실제 일을 하면서 많은 영향을 받은 책들입니다. 막 새로 일을 시작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개인적인 감상이자 추천으로만 받아 들여주시면 좋겠습니다. 실제 담당하는 업무나, 다니는 회사의 성격,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같은 책을 읽더라도 감흥은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이 점 감안해주시고, 그냥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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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가짐 ]

* 당신의 기업을 시작하라 : 대뜸 처음부터 창업하라는 책이라니 좀 뜬금없지만, 정말 좋은 가이 가와사키의 책입니다. 학교에 있을 때 봤는데 마음을 좀 두근거리게 했던 책이기도 하고요. 기업의 의미라는 다소 큰 그림부터 프리젠테이션 기술 등 실무적인 부분까지 다루고 있는데, 한 줄로 요약하자면 "생각을 그냥 몽상으로 두는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행력을 갖추는 법"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깨진 유리창 법칙 : '유리창 하나 깨진 것은 사소해보이지만, 이를 방치하면 계속해서 깨지는 부분이 나타나고, 결국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나아간다'가 핵심입니다. 이 법칙은 개인부터 시작해서, 개인의 작업물, 제품, 서비스, 팀, 나아가 회사까지 여러 차원에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작은 것부터 사소하고 성실하게'라는 교과서적인 얘기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세세한 부분이 깨졌을 때의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는 면이 좋았습니다. 

* 똑바로 일하라 : 한 스타트업이 자신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쓴, 상큼하면서도 영양가 있는, 닭가슴살 샐러드 같은 자기 계발서입니다. 모든 직종/조직에 맞는 얘기는 아니겠지만, 가볍고 빠르게 움직이고 싶은 분들에게는 정말 잘 맞는 책일 거에요. 

* 웹진화론2 : 사람마다 좀 갈릴 것 같은데, 웹 덕분에 변한 시대를 맞아 개인과 조직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얘기하는 책입니다. 걸음을 내딛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일 때 등을 살짝 밀어줄 수 있는, 또는 마음이 흔들릴 때 '그래, 내가 잘못된 건 아냐.'라며 위안해줄 수 있는 그런 책 같아요. 

[ 메모, 문서, 발상 ]

* 메모의 기술 : 얇지만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그런 책입니다. 업무 연락이나, 회의 중 등에 있어서 어떤 식으로 메모할 지 알려주는 책이죠. 가볍게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One page Proposal : '한 장짜리 기획서를 쓰는 책'처럼 보이지만, 기획서에서 중요한 부분을 짚고, 그 중요한 부분을 어떻게 수집하고 정리해서 쓰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라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문서는 길수록 노이즈가 많이 끼게 마련이고, 그래서 되도록 짧고도 빠지는 내용 없는 것이 중요한데, 사실 이건 저도 아직 잘 못하고 있습니다. 

* 생각 정리의 기술 : 마인드맵 책입니다. 머리 속에 있는 여러 명의 자신들과 브레인스토밍해서, 뭔가 잔뜩 끌어내는 데에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빠뜨리지 않았는지 체크하기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요. 

* 천재들의 창조적 습관 : 원제는 The creative habit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쪽이랑 좀 관련 없어 보이는 '안무가' 트와일라 타프의 책인데요. 안무라는 것도 무대라는 빈 공간에서 사람의 몸을 이용해 뭔가 움직임을 만들어낸다는 측면에서는 모든 기획과 통한다고 생각해요. 저자 본인의 몇 가지 습관들을 적고 있는데 '나만의 상자'같은 건 정말 좋은 습관 같더라고요.

[ 시각화 / 프리젠테이션 ]

* 생각을 show하라 : 원제는 the back of the napkin입니다. 생각을 머리 속에서 끌어내어 구체화하는 것, 그리고 그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 두 과정 모두 글보다는 그림이 훨씬 더 효율적일 때가 많습니다. 그림을 잘 그린다, 못 그린다를 애써 단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요. 중후반에 조금 전문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뭐 그 부분은 건너 뛰어도 될 것 같고요. 이 책은 정말 추천합니다. 

* 그림으로 그리는 생각 정리 기술, 도해사고력 : ‘생각 정리 기술’과 ‘당신의 생각을 show하라’를 일본 직장인의 실무에 맞춰 꽤 가볍게 다듬은 듯한 책이에요. 나쁘진 않았지만 그 두 책에 비해서는 얻을 수 있는 게 좀 적을 것 같고요. 그냥 정말 빠르게 가볍게 읽으시면 될 것 같아요.

* Envisioning Information : 정보 시각화 쪽의 대가 Tufte의 책이에요. 그쪽에서는 바이블로 통한다던데, 그럴 만하다 싶더라고요. 정보 시각화의 원리를 좋은 예와 나쁜 예들로 설명하는데(예: 표에서 외곽선은 불필요하면 지우거나, 최대한 얇게 해서 시각 자극을 낮춰라 등등), 읽고 나니 정말 큰 힘이 되더라고요.

[ 세상을 보는 틀 ]

* 슈퍼크런처 : 데이터 마이닝, 데이터 크런칭, 빅 데이터 등등에 대한 출발점이 되는 책인 것 같아요. 생산, 판매, 정책, 의료, 교육, 심지어 예술에서 막대한 통계자료를 분석해서,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는 현대의 모습들을 보여주는데요. 이런 게 진짜 21세기구나 싶더라고요. 조금 뻑뻑하게 읽어야 하는데, 회사 입장에서든 소비자 입장에서든 이 시대의 필수 교양서가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어요.
 
* 트레이딩 업 : 보스턴 컨설팅 쪽에서 펴낸 트렌드 보고서에요. (2003년 기준) 최근 성공한 기업들과 소비자의 행태를 조사해보니, 고가/저가 양분된 시장에서 소비자가 자기 만족, 사교, 자아 발견, 스타일 표현 등 감성 충족하려고 중고가 프리미엄 제품을 편중 소비하는 현상, 즉 '트레이딩 업'이 발견되었다고 하더라고요. 해당 현상을 정의하고 여러 사례로 설명하는데, 급하면 앞의 1-2장 정도만 봐도 될 것 같지만, 뒤의 기업 사례들이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미국 경제 위기 전인 2003년 얘기지만 큰 흐름은 계속 유효할 것 같고요. Free-to-play 모델에서 게임에 돈을 쓰는 게이머들은 게임에 대해 일종의 편중 소비를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는데요. 해당 현상과도 접점이 있을 것 같아요.

[ UI ]

* 상식이 통하는 웹사이트가 성공한다(Don't make me think) : UI/UX 쪽을 좀 제대로 보려고 여러 책들을 구했는데, 정작 읽은 건 이 책 하나 뿐이네요. 게임과는 좀 다를 수 있겠지만, 웹 사이트의 사용성을 다룬, 얇으면서도 강력한 책이에요. 기본 원리, 실무 단계의 팁, 사용성 테스트, 추가로 읽을 책까지 훌륭하게 제시했고요. 웹 뿐만 아니라 앱이나 소셜 게임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게임 ]

*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 : 게임이란, 게임의 재미란 무엇인가에 대해 ‘게임학’ 수준으로 파고 드는 책이에요. 실무적이라기보단 큰 틀을 잡는 느낌이고, 초반에 비하면 뒷 부분은 다소 선언적이기도 해요. 저는 끝 부분을 굉장히 인상적으로 봤는데, '게임은 커뮤니케이션 매체이며 학습도구이고, 따라서 의지를 갖고 책임있게 메시지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하거든요. '게임을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책임감'이랄까. 제 직업에 대한 생각을 처음에 틀 잡기 좋았어요. 

* Reality is broken : 제인 맥고니걸은 ‘사람들이 매력 못 느끼는 현실은 고장났다. 게임은 이런 이유로 재미있고, 저런 힘이 있으니, 현실을 이렇게 고칠 수 있다.’라고 주장해요. 너무 이상적이라는 비판도 있고, 제인 맥고니걸 자신이 전통적인 비디오 게임 디자이너는 또 아니라서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데요. 책은 정말 괜찮습니다. 마지막 챕터가 좀 뜬금없긴 했지만, 그 전까지 게임에 대해서 정의하고, 게임에서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지, 내적 동기와 외적 보상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긍정 심리학도 가져와서 얘기하고요. 무엇보다 게임이라는 매체의 강력함과 그 강력함으로 할 수 있는 순기능들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얘기하고 있어요. 게임의 속성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해하기도 좋고, 이런저런 부분에서 영감도 많이 얻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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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이 정도인데, 도움이 되실 지 모르겠네요. 사실 저도 아직 한참 더 공부해야 할 판이라서... 올해 좋은 책 많이 나왔다고 해서, 욕심도 내봤는데 실제로 읽은 건 얼마 안 되어 아쉽네요. 혹시 좋은 책 있으면 추천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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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designo 2012/01/04 13:49 # 삭제 답글

    덕분에 슈퍼크런처를 비롯한 몇가지 책들을 알게되었네요~

    시간 여유가 되시면 '머니볼' 추천해 드립니다. 슈퍼크런처에도 잠깐 나와서 must read라기엔 좀 약한데..

    추가적으로 읽어볼만 합니다.

    감사합니다~~
  • 하라위시 2012/01/24 23:41 #

    네. 안 그래도 영화 머니볼 보면서 '책도 봐야지.' 했는데, 찾아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오즈라엘 2012/01/24 00:49 # 답글

    잘 봤습니다. 시간 내서 읽어봐야겠네요 ㅎ 생각을show하라는 전 전반부는 심심하고 오히려 후반부가 재밌던데 ㅎ
  • 하라위시 2012/01/24 23:42 #

    아, 그런가요? 전 초반에 단순하게 짚는 부분을 좋아했다가, 중반에 뭔가 복잡한 방법론이 나와서 좀 힘이 빠졌던 기억이었어요. :)
  • FlipFlop 2012/02/12 18:55 # 답글

    저와 조금 분야는 다르지만 도움이 되는 책들인 것 같습니다. 트랙백해도 될까요?
  • Imseong 2012/02/12 23:02 #

    네.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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