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인상 깊었던 정보 디자인 정보 디자인

지난 여름에 홍콩 여행을 다녀왔는데, 확실히 다른 문화권에 다녀오면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특히 말이 잘 안 통하는 곳에서는 평소보다 정보 디자인에 집중하게 되는데, 그중 인상 깊었던 몇 가지들을 올려 봅니다.


홍콩 공항에서 Kowloon 역까지 가는 공항 철도 객차 안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고개를 올려다 보면 보이는 일종의 상태 바인데, 가장 왼쪽의 공항에서 가장 오른쪽의 Hong Kong 역까지 하나의 직선으로 긋고, 상대 거리에 따라 역들을 놓고, 현재 위치를 표시해주는 방식이죠. 이 공항 철도를 탄 건 처음이었지만, Tsing Yi 역이 전체 노선의 중간점 부근에 위치한다는 것, Kowloon 역과 Hong Kong 역은 상대적으로 매우 가깝다는 것 등을 금방 알 수 있죠. 우리나라 공항 철도에서도 같은 방식을 쓰고 있어서 그리 새롭진 않았지만, 역시 노선도에서는 여건만 된다면 상대거리를 그대로 드러내주는 것이 좋더라고요. 


이건 센트럴 지역에 있던 이정표인데요. 가장 위쪽에는 현재 있는 곳의 지역명이 있고, 그 아래로는 특정 행선지의 방향을 실제로 가리켜주고 있었어요. 큰 갈림길마다 이런 이정표가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죠. 아쉬운 건 어떤 행선지는 바탕이 진분홍색이고, 또다른 지역은 바탕이 남색이었는데, 이 색깔들이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지금 글을 쓰면서 추측해보면 진분홍은 걸어서 갈 정도로 가까운 곳, 남색은 걸어가기 힘든 먼 곳이 아닐까 싶긴 한데... 제 추측이 맞든 틀리든, 그 자리에서 한 번에 의미를 알 수 없었다는 건 분명 아쉬웠어요.

 

지하철 내부에서 찍은 지하철 노선도에요. 지하철 쪽은 이젠 어디를 가나 비슷비슷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고, 그래서 노선도 디자인도 대부분 비슷하긴 하죠. 이 사진은 사진 가운데의 미키 마우스 아이콘이 독특해서 찍었어요. 단순한 아이콘으로 뭔가를 전달하려면, 그 아이콘을 접하는 사람이 잘 알고 있는 문화에서 골라야 하는 건데, 디즈니랜드는 달랑 세 개의 원만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전달하기에 충분하니 왠지 부럽더라고요. 


아이콘이나 문자에 비해 그 결과물이 덜 세련되어 보이기도 하고, 범용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분명 있지만, 사진의 정보 전달력은 정말 강하죠. 소통 오류가 생길 가능성도 낮고 말예요. 몇 군데 음식점에서 말이 안 통해서 허탕쳤다가 찾아간 집이었어요. 음식이 아주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가격, 음식 재료, 음식 모양을 볼 수 있는 메뉴판 덕분에 마음은 좀 편하더라고요. 


정보 디자인이라고 부르기엔 좀 어색할 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재미있어서 찍어봤어요. 하버시티 쇼핑몰에 있는 어느 장난감 매장이었는데요. 아이들 매장 출입구를 저렇게 따로 만들어놨더라고요.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와 함께 다니니 아주 실용적이지는 않겠지만,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면서도 '우리는 아이들을 이렇게까지 생각합니다.'라는 마음이 느껴지더라고요.


홍콩의 정보 디자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바로 이것, 길 바닥에 써놓은 주의 메시지였어요. 대부분의 문화권과는 달리 홍콩에서는 차들이 왼쪽으로 달리는데, 직접 운전을 하지 않는다면 평소에는 큰 문제 없지만, 보행자가 좁은 길을 건널 때에는 좀 문제가 되더라고요. 특히 일방통행이라 차가 빠르게 타고 들어오는데, 보행자가 습관적으로 반대 방향을 보게 되면 사고 위험도 높고 말이죠. 이 메시지를 보행자에게 전달하긴 해야 하는데, 신호등에 넣기도 애매할 테고(신호등은 정지-횡단 가능 이상의 정보를 넣기 어렵죠), 눈높이의 표지판에 넣으면 거리의 수많은 간판 속에 묻혀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았을 거에요. 하지만 '길을 걷는다=발걸음을 뗀다=시선을 발로 향한다'라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용해 바닥에 메시지를 넣으니, 무조건 메시지를 볼 수 밖에 없더라고요. 굉장히 감탄했던 부분이에요.

사진은 여기까지. 당시에는 이것저것 재미있는 것 보며 꽤 감탄했었는데, 그냥 멍하니 놀다 보니 이런 사진은 생각보다 많이 안 찍었더라고요. 아쉽긴 하지만 다음 기회가 또 있겠죠 뭐. 앞으로는 도시에서 이런 부분을 좀 더 눈여겨볼까 싶기도 하네요.



덧글

  • silk 2013/10/30 03:31 # 삭제 답글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이 글을 보니 저도 홍콩에서 글쓴님과 비슷한 인상을 받은 부분이 생각서요.

    시내로 가던 중 하릴없이 MTR 노선도를 보다가 발견한 건데, 두 노선이 연달아 환승되는 곳이 있잖아요?
    자세히 보면 동그라미 안 표시가 빗금/반원 모양으로 나뉜 부분이 있는데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이후에 그런 곳인 North Point 역과 Quarry Bay 역을 왔다갔다 해보니 알겠더라고요.
    파란선 오른쪽 방향으로 가는 열차 승객은 North Point에서 내릴 때, 왼쪽 방향 열차 승객은 Quarry Bay에서 내릴 때
    바로 눈앞에서 보라색 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구조였고, 그걸 노선도에 표시해 둔 거였어요!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굉장히 경탄했었죠 ㅎㅎㅎ
    (지하철역을 전부 다 가본 건 아니라 100%는 아니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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